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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의 자동차 출고장…달라도 너무 달라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54
작성일 :
2014-04-09

소개팅이건 헌팅이건, 혹은 면접이나 세일즈에서도 첫 인상이 모든걸 좌우하기 마련이다. 자동차를 처음 만나는 출고센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꼼꼼하게 점검 후 넘겨 받은 새차는 후미진 골목에서 비맞으며 받은 차와 신뢰감에서 큰 차이가 난다. 더구나 화려한 조명 속 무대 위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으로 차를 넘겨받는다면야 애정과 충성도가 두고두고 높아질 수 밖에. 그래서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들은 출고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는 탁송비가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상황이 좀 다르다. 현대차의 경우 울산에서 서울까지 탁송비라 해봐야 30만원을 채 넘지 않는다. 차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유별나게 여기는 우리나라 문화와 경제적 판단까지 맞물려 출고장을 직접 찾는 소비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출고장에 가봐야 별게 없기도 하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제조사들은 출고장에 대한 별다른 투자가 없다시피 하다.

해외 자동차 회사와의 차이에 대해 옳고 그름, 수준의 높낮음을 판단하는건 무의미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제조사의 철학 등은 비교해 볼 만 하다.

◆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웃음이 끊이질 않는곳

아우토슈타트를 방문 할 때마다 느끼지만 흐뭇한 분위기가 흐른다. 분명 자동차 출고장이지만 그네를 타고 잔디밭에서 뛰노는 어린 아이나 지팡이를 짚은 노부부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호수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와 아이들 주변을 맴도는 토끼는 이곳을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느껴지게 한다. 또 이곳에선 간혹 표정 관리가 안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감추려해도 온몸에서 마치 ‘기쁨의 아우라’가 발산되는 느낌이다.

쿤덴 센터 안쪽에 진열된 차는 모두 주인을 기다리는 새차다. 바로 이곳에서 설명을 듣고 바로 집으로 가면 된다.

마침 한 젊은 부부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쿤덴 센터’에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부는 초조하게 기다리면서도 시종일관 대화를 주고 받으며 행복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흡사 그 모습이 출산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모습 같았다.

쿤덴 센터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있다. 이 곳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면 새차 인수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다.

이내 전광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그 부부는 자신들의 신차를 확인하러 갔다. 부부가 새로 산 차는 폭스바겐 티구안. 부부는 담당 직원으로부터 차에 대한 설명을 한참 동안 들었다. 스마트키로 차 외부에서도 창문을 여닫는 시범을 보이는 대목에서 부부는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 듯 소리를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설명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계속 됐는데도 부부는 시종일관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티구안을 구입한 젊은 부부. 무척이나 신나했다.

유럽에서 폭스바겐을 구입하는 고객 중 무려 30%가 이곳에서 직접 차를 받는다고 한다. 매년 약 10만명 이상이 이곳에서 차를 받아간다. 또 아우디나 세아트 등 폭스바겐그룹의 산하 브랜드의 차도 고객이 원한다면 이곳에서 받을 수 있다. 덕분에 4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타워에는 공장에서 갓 나온 새차가 쉴새없이 차곡차곡 쌓이고 지하터널을 통해 쉴새없이 쿤덴센터로 배송된다.

아우토슈타트 쿤덴센터. 역시 유리 건물이다.

아우토슈타트에는 매년 2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또 관광객 절반 이상은 이미 여러 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는 개장 10년만에 관람객 2천만명을 돌파하며 최고의 자동차 테마파크로 자리매김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진델핑겐 쿤덴센터…출고장도 차분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차로 20분 정도 달리면 진정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진델핑겐이 나온다. 이곳엔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조립 공장과 디자인 센터, R&D 센터 등이 위치했다. 공장 근처의 도로명은 칼벤츠로, 다임러로 등 도시 전체가 온통 메르세데스-벤츠와 관련된 이름이다. 완전히 메르세데스-벤츠를 위한 도시다. 울산은 여기 비하면 약과다.

메르세데스-벤츠 진델핑겐 쿤덴 센터. 진델핑겐에서 만들어지는 따끈한 새차가 이곳으로 온다.

공장 투어 프로그램이 있는데 공장의 출입구만 80개가 넘어 1번 게이트를 찾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와 다름 없었다.

저 삼각별 엠블럼은 지금껏 본 메르세데스-벤츠 엠블럼 중에서 가장 컸다. 족히 2m는 넘어보였다.

몇번을 물어물어 1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이곳은 쿤덴센터, 즉 출고장을 겸한다.

날씨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을씨년스러웠는데 출고장 분위기는 여기 맞춘 듯 차분하고 세련돼 오히려 고급감을 더하는 듯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브리타제에거 사장은 "슈투트가르트 인근 지역은 예로부터 날씨도 좋지 않고 항구도 멀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선 좋은 물건을 생산해야 했고 지금까지 그 전통이 이어진다"고말했는데, 언뜻 그 말이 이해가 되는 듯 했다.

사람이 많진 않았다. 기념품 판매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그 옆으로 은빛 SLS가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분명 이곳에 차를 받으러 오는 고객은 언젠간 SLS를 타겠타는 야무진 꿈을 가질 것 같다. 아니면 적어도 내 차에 SLS의 DNA가 조금은 스며들어있다고 믿게 될 것 같았다. 레이싱게임 ‘그란투리스모’가 휴식 공간에 있었는데 차는 메르세데스-벤츠만 고를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꽤 근사한 레스토랑도 있는데,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차를 출고 받는 고객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담당 직원이 한명씩 따라 붙었다. 차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물론 차량등록과 관련된 업무도 진행하고 있는 듯 보였다. 새차를 처음 마주하는 공간은 출고 고객 전용 라운지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들어가보진 못했다.

놀라운 것은 S클래스나 G클래스, AMG 같은 고급 모델 출고고객을 위한 VIP 건물이 따로 만들어진 점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엑셀런스 센터'라 불리는 이곳은 들어가자 마자 나이 지긋한 집사처럼 보이는 직원이 손님을 일일히 응대했다. 자세히는 살필 수 없었지만 리클라이닝 체어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고 정찬 식사를 제공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비싼 차를 사는 고객에겐 그만큼의 극진한 대접을 하는게 독일 스타일이다.

S클래스, G클래스, AMG 모델을 구입하는 VIP 고객을 위한 공간.

◆ 현대차 시흥출고센터…자칫하면 쫓겨날 뻔 했다

지난해 12월, 모터그래프는 장기 시승용으로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를 구입했다. 우리나라 고객들은 대부분 탁송비를 내고 차를 배송받지만, 우리는 인수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다행히 출고 장소가 울산이 아닌 시흥이라서 부담도 크지 않았다.

현대차 시흥출고센터. 갑자기 관리원이 달려와 사진 촬영을 저지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시흥출고센터에 도달했다. 정문 앞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갑자기 정문 관리원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왔다. 사진을 찍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는 대뜸 어디서 왔냐며 윽박 질렀다. 출고센터가 이렇게 경비가 삼엄할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었다. 차를 인수하기 위해 직접 왔다고 거듭 확인을 받고서야 관리원은 조금 나긋나긋해졌다.

출고센터는 그저 평범한 낡은 사무실이다. 낡은 부동산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화분들과 유리가 깔린 테이블 주변으로 고풍스런 소파가 둘러 앉아있다. 일반 소비자들보다는 탁송기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 같았다. 영업 사원에게 안내 받은 시간보다 1시간반이나 늦게 도착했지만 여지껏 차는 준비되지 않았다. 아직도 최종 검사, 세차 등을 해야한다고 했다. 대략 한시간 정도 더 기다렸다. 그래도 믹스커피와 종이컵이 공짜였다.

이윽고 직원 한명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드디어 차를 받는가 싶었는데 출고가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커피를 쏟을 뻔 했다. 트렁크 철판이 일그러졌다고 했다. 일단 차를 확인하러 갔다. 그것도 안된다는걸 사정사정했다. 직원 말로는 울산 공장에서 최종 품질 평가를 마치고 배송을 위해 스티커를 붙이는데 그걸 떼니깐 이런 자국이 생겼단다. 잘 이해는 안되지만, 결국 이 차는 다시 공장으로 보내졌다.

시흥출고센터에는 이런 전광판이 마련됐다. 제네시스는 물론 현대차의 모든 차를 살펴볼 수 있다.

서울로 돌아가려는데 아까 윽박지르던 입구 경비원은 "차 받으러 왔다면서 왜 그냥 가느냐"고 물었다. 웬지 비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아까보단 친절했다. 차 빼는 것도 뒤에서 봐줬다.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다행히 주차비는 공짜였다.

결국 얼마 후 울산까지 내려가 새차를 받아왔다. 울산은 훨씬 깔끔하고 넓고, 친절했다. 하지만 볼게 없는건 마찬가지여서 역시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국내 대부분 소비자들은 새차를 탁송받아 영업사원을 통해 길가에서 전달 받는다. 대충 살피다보니 휠이 잘못 끼워져 나오거나 부품 조립이 잘못된걸 몇주 후에야 발견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생긴다. 반면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차를 인수하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고, 많은 투자도 이뤄지고 있었다. 첫인상이 차는 물론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우토슈타트 CEO 오토페르디난트박스(Otto Ferdinand Wachs)는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노력에는 제한이 없다”며 “아우토슈타트는 폭스바겐그룹의 마케팅과 판매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상영 sy.kim@motorgraph.com
제공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 (www.motorgraph.com)